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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생명, 위기에 처한 지구 인간의 욕심이 불러온 생태계 경계 경보!
우리는 “생물 다양성”이란 말과 함께 생물 다양성을 위해 멸종 위기 동식물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접한다. 생물의 다양성은 “지구상에 얼마나 많은 종류의 생명들이 살고 있는가”뿐만 아니라 식물, 동물, 미생물, 그리고 종들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의 다양성과 지구에 존재하는 사막, 열대우림, 산호초를 구성하는 생태계까지 포함한다. 모든 생태계의 구성 요소들은 각각의 생태계 안에서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생태계끼리도 어떤 식으로든 서로 연관되어 함께 살아간다. 우리가 아무리 크고 높은 블록의 성을 쌓더라도 하나의 블록을 뺐을 때 한순간에 무너지듯이, 아무리 작은 생물이라도 그 수가 갑자기 늘거나 줄거나 사라지게 된다면 지구의 모든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우리 땅 우리 생명〉 시리즈는 인간의 지나친 욕심 때문에 한반도에서 사라진 동물, 곤충, 씨앗, 식물 등 안타까운 생명에 관한 가슴 아픈 이야기이자, 이들이 보내는 생태계의 적색경보와 위기에 처한 인간과 지구에 대해 생각하고 새롭게 써 내려갈 우리의 미래를 그려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인간의 이기심과 잘못된 판단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또는 멸종되어 버린 이 땅의 생물이 사라진 순간을 돌아보고, 그들을 되살려내기 위한 수많은 노력을 접함으로서 바로 지금, 환경에 대한 근본적이고 전 지구적 사고가 필요한 때다.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생물에 대한 관심이 바로 그 생물을 살리고, 그 생명의 서식지를 살리고, 인간과 지구를 살리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해양 생태계를 살리는 바다의 농부, 귀신고래
고래는 지구상에서 가장 덩치가 큰 생물이다. 수억 년 동안 진화를 거듭하며 살아남은 고래는 1300~1400년 전후 인간의 포획 대상이었다. 석유를 개발하기 이전까지 고래 기름은 연료용 기름의 가장 중요한 공급원일 뿐만 아니라 각종 산업용 원료에서 식품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자원이기도 했다. 유럽 각국에서는 무분별하고 경쟁적인 포획이 수백 년 동안 지속되었다. 한반도 주변 바다에서도 다양한 고래들을 볼 수 있었다. 국보 제285호인 울산 대곡리 반구대의 암각화에 새겨져 있는 여러 가지 모양의 고래들이 그 증거다. 수천 년 전부터 동해에는 고래들이 회유해 와서 헤엄쳤고, 급기야 19세기 중반에는 대형 고래를 쫓아서 서양의 포경선들이 동해에 출몰했다. 백여 년 전에는 러시아와 일본의 고래잡이 회사들이 한반도에 포경 기지를 설치하고, 그곳을 거점으로 동해에서 고래를 잡기 시작했다. 울산의 장생포항에 경쟁적으로 기지를 만들고 고래를 잡아들인 것이다. 결국 무분별한 포획과 해양 환경의 악화 때문에 오늘날 동해에서는 대형 고래를 찾아보기 어렵다. 귀신고래는 바다 밑바닥을 누비면서 40~50센티미터 길이의 130~180개나 되는 수염 판으로 작은 바다 벼룩이나 새우를 걸러서 먹는다. 그러는 동안 바다 밑을 밭갈이하는 것처럼 휘젓고 다니기 때문에 ‘바다의 농부’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먹이 활동을 하는 동안 바다 밑바닥을 헤집어 쌓여 있는 온갖 영양분이 바닷물과 잘 섞이게 하는데, 이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잘 자라도록 도와서 바다를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오호츠크해에서 동해 앞바다를 오가던 한국계 귀신고래가 사라진 동해는 과연 어떤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 《돌아와, 귀신고래야!》는 한때 고래의 바다라 불릴 만큼 고래가 많았던 울산 앞바다의 이야기다. 귀신처럼 출몰하는 거대한 고래라 해서 귀신고래라 불리는 ‘한국계 귀신고래’는 세계적으로 꽤 유명하다. 일제 강점기 무차별 포획으로 이제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귀신고래의 일생과 고래잡이 장군의 일생을 교차로 보여주어 역사의 암흑기를 함께 살아온 인간과 고래의 삶이 다르지 않음을 보여 준다. 또한 세대를 거쳐 1년에 2만km의 바다를 오가는 귀신고래의 일생을 통해서는 다양한 고래의 생태와, 특히 연안에 서식하며 인간의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던 한국계 귀신고래가 멸종한 이유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귀신고래 삐딱이의 마지막 여행
1910년, 개도 돈을 물고 다닌다고 할 만큼 포항 앞바다 장생포는 고래잡이로 활기를 띤다. 고래잡이배를 타기만 하면 돈을 번다는 소식에 외국 자본가들은 물론 일자리를 찾는 외지인으로 넘쳐났다. 사람만큼이나 바다에도 철마다 다양한 고래들이 찾아와 뱃사람들은 신이 났다. 무지막지한 일본 사람들 배에 타는 것이 내키지는 않았지만 판수 씨도 막내아들 장군까지 태어나자 고랫배를 타기로 한다. 판수 씨는 바다에서 고래를 잘 찾아내 일본인 선장의 인정까지 받았다. 그러다 바다에서 귀신고래 삐딱이 가족을 마주하게 된 판수 씨는 죽은 어미 곁을 맴도는 삐딱이의 눈빛을 보며 장군을 떠올린다. 어서 도망치라며 돌피리를 불어대다 결국 선장에게 호되게 맞기까지 했다. 삐딱이는 힘든 몸을 이끌고 얕은 바다로 떠밀려오고, 장군의 눈에 띄게 된다. 다친 고래를 보며 장군은 형에게 도움을 청하고, 삐딱이를 먼바다로 보내 준다. 뭐든 반대로만 한다고 해서 삐딱이라고 불린 어린 귀신고래는 먹이를 찾아 동해 앞바다를 오가다 참고래 떼에 아빠를 잃고, 사람에게 엄마를 잃었다. 그렇게 혼자가 된 삐딱이는 동해 바다 대신 캘리포니아 쪽 바다와 북쪽 바다를 한동안 오갔다. 삐딱이가 동해를 다시 찾은 건 짝을 찾고 나서였다. 오랜만에 찾은 고향 바다는 예전보다 더 위험했다. 신식 무기로 무장한 고랫배들이 넘쳐났고 육지 또한 포탄 소리가 끊이지 않는 전쟁의 도가니였다. 그 와중에 삐딱이는 또다시 짝을 잃고, 어린 딸을 데리고 고향을 떠난다. 그렇게 삐딱이는 오랫동안 고향 바다를 찾지 않았다. 장군은 형과 아빠처럼 훌륭한 고래잡이가 되고 싶다는 꿈을 안고 고랫배를 타려 하지만, 예전만 못한 고래잡이배를 타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아빠를 닮아 고래를 잘 찾는 장군은 나이가 들어 고랫배를 타게 되고, 바다에서 어린 시절 구해주었던 삐딱이와 마주한다. 삐딱이도 나이가 들어 온몸에 긁힌 상처와 따깨비로 가득하다. 그러나 그 까만 눈빛으로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다. 삐딱이도 판수 씨가 불었던 돌피리 소리를 알아듣고 그때 그 작은 인간임을 알아챈다. 총과 창살을 쏘며 다가오는 고랫배를 삐딱이는 피하지 않고 막아선다. 우연히 만난 자신의 딸과 손녀에게 도망갈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삐딱이는 고향 바다에 몸을 맡겼고, 장군은 삐딱이의 마지막 여행을 마주하고 뱃머리에서 가슴이 터져라 피리를 불어댄다.
사라지는 고래, 자연의 가치를 잃어가는 인류를 비추는 거울
바다를 사이에 두고 함께 살아가야만 하는 귀신고래(해양생물)와 고래잡이의 삶은 과연 어떤 관계에 있는 것일까? 그저 쫓고 쫓기는 일방통행, 아니면 상호교류의 양방통행? 정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서로 얽혀 함께 살아야 하는 자연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인간은 이 자명한 사실을 너무나도 자주 잊고 산다. 그러기에 바다의 주인을 내몰고 주인 행세를 했으며, 욕심을 부려 바다를 흠집 냈다. 필요한 만큼 내어 주고, 그 이상 욕심 내지 않으며 함께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자연으로 하나 되어 살아가는 현명한 삶의 방식이다. 일제 강점기 나라를 빼앗긴 고래잡이 장군과, 무자비한 인간들에게 바다를 빼앗긴 귀신고래 삐딱이의 삶은 서로 상반된 위치에 있는 듯하지만 그 삶이 몹시도 닮아 있다. 귀신고래만은 잡지 않겠다며 고래잡이배를 타는 장군과 엄마 아빠를 잃은 고향 바다는 다시 찾지 않겠다며 자신의 마지막을 고향 바다에 던진 삐딱이. 인간의 역사로도 귀신고래의 역사로도 이보다 더 참혹할 순 없는 시기를 보내며 사랑과 이별, 우정과 아픔을 함께한 귀신고래 삐딱이와 고래잡이 장군의 이야기는 가슴 아픈 현실을 깊이 반성하게 한다. 사라지는 고래는 단순히 고래가 아니다. 자연의 가치와 생명의 존중을 잃어가는 인류를 비추는 거울이다. 같은 세월, 바다를 공유하며 삶을 살아온 인간과 고래. 고래의 마지막 모습이 고래뿐만의 일이 아님을, 자연을 공유하는 생물들이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이다.
© 2020 파란자전거 (Audiobook): 9791188609567
Release date
Audiobook: December 1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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